AI 시대, 만드는 능력보다 중요한 것
AI로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 자체의 희소성은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극소수만이 관심을 가졌던 바이브코딩은 이제 거의 모든 기업이 필수적으로 인지하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맥킨지가 2026년 8월 발표한 '스테이트 오브 AI 2026' 보고서는 흥미로운 현실을 보여줍니다. AI로 개인 생산성이 올랐다는 응답은 80%에 달하지만, AI가 기업의 영업 이익에 실질적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은 37%에 불과했고, 상당한 수준의 성과를 냈다는 기업은 단 6%였습니다.
이 데이터가 말하는 핵심은 명확합니다. AI를 잘 사용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직원의 업무 시간이 줄어든다고 해서 기업 이익이 자동으로 증가하지는 않습니다. 남는 시간으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매출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습니다. 맥킨지는 기업이 AI로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려면 개별 작업의 속도 향상을 넘어 전체 업무 프로세스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바로 여기서 도메인 전문성의 중요성이 드러납니다. 업무를 실제로 이해하는 사람만이 어떤 업무를 바꿨을 때 그것이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15년간 수산물 수출 업무를 담당한 실무자가 가진 지식을 프로그램으로 만들려면 개발자에게 수개월간 인터뷰하고 문서를 만들어도 그 전문성의 20% 정도만 전달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바이브코딩 덕분에 그 실무자가 자신의 머릿속 지식과 몸에 체화된 경험을 직접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메인 지식의 5단계 가치 구조
모든 도메인 지식이 같은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도메인 전문성은 크게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업계 용어나 기본 업무 절차 같은 일반적 지식입니다. 이는 외부에서 책으로도 배울 수 있는 수준입니다. 두 번째는 실무 지식으로, 실제 업무 처리 순서나 회사별로 다른 프로세스를 아는 것입니다. 세 번째는 비정상적 상황에 대한 판단 능력인 예외 처리 능력입니다. 네 번째는 고객별 조건, 과거 거래 이력, 실패 사례 같은 데이터와 경험입니다. 다섯 번째는 기존 고객 및 공급업체와의 관계와 신뢰입니다.
이 중 첫 번째 일반적 지식은 이미 GPT나 클로드 같은 범용 AI가 충분히 답변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기업 내부의 관행, 고객별 예외 조건, 과거 실패의 이유, 담당자가 판단했던 기준 같은 2단계 이상의 지식은 대형 언어모델이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이런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소프트웨어에 반영할 수 있다면 진정한 차별화가 가능합니다.
도메인 전문성으로 성공한 실제 사례들
글로사는 교회 통역이라는 매우 좁은 시장에서 월 반복 매출 약 2천만 원을 내고 있는 실시간 AI 번역 서비스입니다. 국제 교회에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참석하는데, 기존에는 통역사를 고용하고 별도 장비를 설치해야 했습니다. 글로사는 설교자의 음성을 AI로 번역해 참석자가 핸드폰으로 자신의 언어로 들을 수 있게 했습니다. 일반적인 번역 기술이지만, 특정 커뮤니티의 구체적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습니다.
하이로 애널리틱스는 2026년 6월 기준 월 매출 약 1억 3천만 원을 기록했습니다. 창업자들은 원래 이메일과 SMS 마케팅 에이전시를 운영했는데, 고객사마다 사용하는 플랫폼이 달라 성과 보고 형식도 제각각이라는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이들은 여러 플랫폼의 마케팅 데이터를 통합하고 고객사별 보고서를 자동 생성하는 솔루션을 개발했습니다. 특히 개별 쇼핑몰이 아닌 에이전시를 고객으로 선택해, 한 고객 확보로 여러 브랜드를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국내 사례로는 위노트가 대표적입니다. 10여 년간 초등교사로 근무하던 개발자가 바이브코딩으로 만든 상담교사용 프로그램입니다. 상담 일지 기록과 저장에 몇 시간씩 걸리던 업무를 단 5분으로 줄여주면서, 전국 상담교사들이 사비를 털어서라도 사용할 정도로 필수 솔루션이 되었습니다. 개인회생 전문 법률사무소의 거래내역 분석을 자동화한 로봇 역시 도메인 전문가가 바이브코딩으로 만들어 해당 업계 표준이 된 사례입니다.
도메인 전문성을 수익화하는 4단계 전략
도메인 전문성을 수익화하는 과정은 크게 네 단계로 설계할 수 있습니다. A단계는 나 스스로의 업무 생산성을 높이는 방식입니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으로, 내 업무에 맞춰 만들기 때문에 완성도 요구 수준이 낮고 실제 고객과 데이터가 이미 존재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기존 사업의 비용을 낮춰 이익을 개선하는 구조입니다.
B단계는 특정 기업의 업무 자동화를 구축해주는 방식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도메인에 속한 다른 기업의 업무를 자동화해주는 AX 컨설턴트가 되는 것입니다. 초기 구축 비용은 500만 원에서 5천만 원 사이, 연간 유지보수는 구축 비용의 10% 정도를 청구하는 구조입니다. A단계에서 쌓은 경험의 최소 50%는 다른 기업에서도 유효하므로, 자연스러운 확장 경로가 됩니다.
C단계는 업종별 사스 개발입니다. 여러 기업의 문제를 반복적으로 해결하다 보면 80~90%가 범용적으로 사용 가능한 기능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를 표준화한 솔루션으로 만들면 반복 매출이 가능해집니다. D단계는 가장 진화된 형태로, 성과 기준 과금 모델입니다. 작업 완료 건수, 문제 해결 횟수, 나아가 특정 항목의 매출 증대 같은 성과 지표에 연동해 과금하는 방식입니다. 솔루션 사용이 반드시 성과로 이어진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는 모델입니다.
수익화 기회가 큰 분야와 주의할 분야
현재 수익화 기회가 가장 큰 분야는 물류 및 수출입입니다. 복잡한 거래 조건 때문에 견적, 서류, 거래처 응대 자동화가 유망합니다. 건설과 제조 분야도 공정별 견적, 도면 검토, 자재 관리에서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법률과 회계 분야는 문서 검토와 자료 정리가 핵심이며, 마케팅 대행은 고객별 리포트와 성과 분석 자동화에 기회가 있습니다.
반면 실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도 있습니다. 교육업, 부동산, 유통, 의료 등은 가치는 높지만 규제나 보안 이슈로 인해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특히 개인 생산성 도구는 범용 AI 에이전트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고 진입 장벽이 낮아 대체 가능성이 너무 높습니다. 일정 관리, 문서 관리, 파일 관리 같은 영역은 수익화 기회가 제한적입니다.
A16z의 2026년 9월 분석에 따르면, 범용 에이전트가 강력해지는 추세 때문에 특정 산업 특화 AI는 단순 정보 제공이나 프로세스 자동화를 넘어 사용자의 반복적 피드백을 수렴하는 지속적 개선 시스템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도메인 지식을 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지식을 지속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바이브코딩 시대에 진정한 경쟁력은 코드를 작성하는 능력이 아니라, 해결할 가치 있는 문제를 정확히 아는 능력입니다. 15년간 몸으로 체득한 도메인 전문성은 이제 직접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전문성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며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로 전환하는 전략적 접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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