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2일,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이하 인공지능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콘텐츠 산업 전반에 새로운 규제 환경이 조성되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률 시행에 이어 투명성 확보, 안전성 확보, 고영향 인공지능 판단 등 다양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으며, 이는 특히 AI를 활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제 AI를 활용한 게임, 영상, 음악, 가상 캐릭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새로운 법적 의무를 준수해야 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인공지능 사업자의 정의와 범위

인공지능 기본법은 의무 수범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개발사업자는 인공지능을 직접 개발하여 제공하는 주체로,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나 OpenAI의 ChatGPT와 같은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면 인공지능이용사업자는 이러한 개발된 AI를 활용하여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 모델을 활용해 작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뤼튼테크놀로지스가 대표적인 인공지능이용사업자입니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AI 생성 결과물을 활용하여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에는 사업자가 아닌 이용자로 분류된다는 것입니다. OpenAI의 Sora를 사용해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는 이용자에 해당하므로 인공지능 기본법상 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또한 이 법은 역외 적용 조항을 두고 있어, 국외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도 국내 시장이나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법의 적용을 받게 됩니다.

투명성 확보 의무의 핵심 내용

인공지능 기본법 제31조는 인공지능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제품 또는 서비스의 유형에 따라 차별화된 투명성 확보 의무를 부과합니다. 이는 최종 이용자에게 AI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공지능사업자에게 적용되는 핵심 의무입니다.

첫 번째로 고영향 AI 또는 생성형 AI를 이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해당 서비스가 이러한 인공지능에 기반하여 운용된다는 사실을 이용자에게 사전에 고지해야 합니다. 사전 고지는 이용약관이나 계약서에 명시하거나, 소프트웨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화면에 표시하거나, 오프라인 서비스의 경우 제공 장소에 게시하는 방법으로 이행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생성형 AI 또는 이를 이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그 결과물이 생성형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되었다는 사실을 표시해야 합니다. 표시는 사람이 인식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계가 판독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야 하며, 기계 판독 방법을 사용할 경우에는 최소 1회 이상 안내 문구나 음성을 제공해야 합니다.

세 번째로 가장 엄격한 의무는 딥페이크 결과물을 제공하는 경우입니다. AI 시스템을 이용하여 실제와 구분하기 어려운 가상의 음향, 이미지, 영상 등을 제공할 때는 이용자가 그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고지하거나 표시해야 합니다. 이때 이용자가 시각이나 청각 등을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며, 주된 이용자의 연령이나 신체적·사회적 조건 등을 고려해야 합니다.

서비스 유형별 표시 이행 방법

투명성 확보 의무의 구체적인 이행 방법은 서비스 유형과 결과물의 제공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과물이 서비스 내에서만 제공되는 경우와 외부로 반출되는 경우의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대화 기반 서비스의 경우, 채팅창 등 연속적 대화를 통해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초기 안내를 제공하거나 지속적으로 로고를 표출해야 합니다. 서비스 화면에 'AI 모델이 실시간 데이터를 생성함'을 표시하거나, 문구 표기 영역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 툴팁으로 표시하는 방법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음성 어시스턴트 서비스의 경우, 이용 전 이용자가 인식할 수 있는 음성 또는 화면 문구로 안내하거나, 음성 가전 등 실물이 있는 제품의 경우 겉면에 AI 기반 운용 사실을 표시해야 합니다. 다만 이용자가 호출하여 시작되는 서비스의 경우 개별 음성마다 반복적인 안내는 불필요합니다.

게임 또는 메타버스 서비스에서는 이용자가 상호작용하는 캐릭터나 NPC명에 AI 캐릭터임을 알리거나 초기 대화 시 안내해야 합니다. AI 기반 음성 서비스가 제공되는 경우, 게임 내 이용자가 로그인 등 플레이를 활성화할 때 AI 기반 음성임을 안내하는 방식으로 의무를 이행할 수 있습니다.

외부 반출 시 결과물 자체에 대한 표시

다운로드나 공유 등으로 AI 생성 결과물이 외부로 반출되는 경우에는 더욱 엄격한 표시 기준이 적용됩니다. 서비스 제공 단계에서 UI 등에 표시를 하였더라도, 외부 반출 시에는 결과물 자체에 AI 생성 사실을 표시해야 합니다.

텍스트 생성물의 경우 파일 형태로 제공할 때 문서의 머리말이나 파일 메타데이터로 표시하거나, 코드 생성 도구의 경우 프로젝트 설명이나 코드 내 주석 등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이미지 생성물은 로고 삽입 등 가시적인 방법이나 디지털 워터마킹, 메타데이터 등 비가시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동영상 생성물의 경우 화면 영역 일부에 로고를 표출하거나 영상 시작 부분에 AI 생성 사실을 안내해야 합니다. 특히 딥페이크 결과물의 경우에는 AI로 생성된 재생 구간 전체에 로고를 표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표시해야 합니다. 다만 예술적·창의적 표현물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전시나 향유를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시할 수 있어, 시간적으로 주요 콘텐츠와 차이를 두어 표시하거나 비가시적인 표시 방법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음성 생성물은 음성 시작 부분에 AI 생성 사실을 안내하면 되며, 재생시간 전체에 표시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디오 콘텐츠 시작 부분에 AI로 생성되었음을 멘트로 간단히 안내하거나, 사후 식별 가능한 음성 워터마킹 기술이나 메타데이터 등을 활용한 비가시적인 방법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 사업자에게 미치는 실질적 영향

투명성 확보 의무는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사업자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AI 디에이징 기술을 예로 들어 살펴보면, 얼굴 인식 및 변형 핵심 AI 기술을 개발하여 제공하는 기술개발사는 인공지능개발사업자에 해당하며, 이 기술을 영화산업에 맞게 특화하여 디에이징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인공지능이용사업자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모두 투명성 확보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반면 AI 디에이징 기술을 활용하여 실제 영화를 기획하고 촬영하며 최종 제작하는 영화제작사는 단순히 AI 서비스를 이용한 결과물을 자신의 콘텐츠에 활용한 것이므로, 인공지능 기본법상 이용자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AI를 이용하여 생성된 CG가 삽입된 영화의 제작자는 투명성 확보 의무를 부담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게임 및 메타버스 산업 분야에서는 AI와 상호작용하거나 동적으로 AI 콘텐츠를 생성하는 기능이 적용된 게임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인공지능사업자에 해당하여 투명성 확보 의무를 부담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가상의 아티스트를 만들어 이용자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우에도 대화 기반 서비스로서 표시 의무가 적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이유

인공지능 기본법의 시행은 콘텐츠 산업 전반의 제작과 유통 구조, 업무 프로세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음악이나 영상 제작을 위한 AI 도구를 제공하려는 사업자, 가상 인물과의 AI 대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은 서비스 기획 단계에서부터 AI 활용 방식과 투명성 확보 의무 이행 방식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의무 적용 여부는 각 사업자의 역할과 사업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각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향후 하위 법령과 가이드라인의 구체화, 감독 및 집행 사례의 축적을 통해 실무상 적용 범위와 기준은 더욱 명확해질 것입니다.

콘텐츠 사업자들은 이러한 제도 변화의 흐름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자사의 서비스 구조와 인공지능 활용 방식이 법령의 취지와 요구사항에 부합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필요한 내부 관리체계를 선제적으로 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투명성 확보는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이용자 신뢰 구축과 건강한 AI 생태계 조성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